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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7-20 14:43
태화들 잔상/조상제 위원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877  
태화들 잔상

남으론 열두 폭 병풍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봄이면 산 벚들이 이 폭 저 폭에 수를 놓고, 여름이면 온통 초록 세상을 만듭니다. 코발트색 푸른 하늘을 머리에 이고 병풍은 시민들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온갖 아름다움을 철철이 토해냅니다. 그 앞으론 비초비목(非草非木) 차군(此君)들이 정갈한 몸가짐으로 손을 흔들며 12폭 병풍에 운치를 더합니다.

저만치서 바라보면 한 폭의 그림입니다. 음이온을 쏟아내는 대숲을 지나면 그림 속에 몸과 마음에 큰 평화(太和)를 주는 태화강이 숨어 있습니다. 바람은 반짝이는 물결 위의 햇살을 실어와 내 온 몸을 휘감고 지나갑니다. 강변 수크령에 햇살이 비춰 눈부십니다. 물고기들이 이리 뛰고 저리 뜁니다. 쾌적한 삶의 터전을 마련해 준 울산 시민들에게 고마워하는 퍼포먼스입니다.

백로들의 춤사위에 취해 멍한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자라 한 마리가 나타납니다. 자라는 차군을 빼곡히 이고 태화강에 노니는 물고기를 바라보며 찾는 이의 복을 기원합니다. 찌들고 상처받은 영혼이 맑아집니다. 강물 위로 마음이 비춰집니다. 강 건너 철새 공원엔 새들이 길게 비상을 합니다.

태화강가엔 두 마리의 자라가 있었습니다. 한 마리는 여기 오산(鰲山) 대숲에 있었고, 또 한 마리는 삼산에 있었습니다. 여기 태화강 대공원에 있는 자라를 내오산이라 하고, 삼산에 있던 자라를 외오산이라 불렀습니다.

삼산에 있던 자라는 관상들에서 바라보면 마치 한 마리의 자라가 기어가는 듯 보였습니다. 자라의 머리, 등, 꼬리가 합쳐져 삼산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외오산은 1928년 일제가 그곳에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공항인 비행장을 건설하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울산의 자라는 오랜 옛날부터 대숲과 함께 했습니다. 일제 때 대나무로 태화들에 수방림(水防林)을 조성하기 전부터 내오산 주변엔 대숲이 있었습니다. 학성지(鶴城誌:1749)에 ‘내오산은 태화진 서쪽 수리(里)에 있다. 작은 언덕이 강에 닿아 있고, 경치가 그윽하며 묘하다. 만회정(晩悔亭)이라는 정자가 있다. 부사 박취문이 지은 것이다. 정자 앞에는 가늘고 긴 대숲이 있고, 정자 아래에는 낚시터가 있는데 관어대(觀魚臺)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그리고 경상도읍지(1832년)에 따르면 내오산 위쪽으로도 작은 대나무 숲이 우거진 섬이 있었습니다. 이 섬은 지금 사라지고 없습니다.

삼산동 태화강가에 있던 외오산 주변에도 대숲이 있었습니다. 고려 말 1년 남짓 울산군수를 지낸 설곡 정포(鄭?)가 1342년 가을 이곳을 방문해 지은 벽파정(碧波亭)이란 시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숲을 이룬 떨기대나무가 해 저문 물가에 드리웠네(?篁臥晩汀). 이 대숲은 아마 1920년대 일제가 이수삼산(二水三山)에 제방을 쌓고 간척사업을 벌이면서 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태화강가엔 유달리 대나무 숲이 많습니다. 망성마을 앞의 입암리 대숲, 선바위 주변의 강당대숲, 배리끝대숲, 삼호섬대숲, 삼호대숲, 오산대숲 등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삼호교에서 용금소까지의 대숲을 십리대숲이라 하고 어떤 이는 선바위에서 오산대숲까지를 십리대숲이라 합니다. 삼호교에서 용금소까지가 4.3km이니 이 곳 사이가 십리대숲인 듯합니다. 지금 이 십리대숲은 전국적인 생태관광 명소가 되었습니다. 오고 싶은 이가 너무나 많습니다. 여기에 입암리에서 외오산까지의 강가 대숲을 늘리고 가꾼다면 이십리길, 삼십리길 대숲에 외국인들이 북적댈 날도 멀지 않을 듯합니다.

다시 내오산(內鰲山)으로 돌아와 대숲으로 들어가면 오산못이 나타나고 실개천 열녀강이 흐릅니다. 돌다리 주변엔 모찌(숭어새끼)들이 떼를 지어 분주히 수초 사이를 오고갑니다. 물가엔 어느새 양귀비는 어디로 가고 부용아씨가 연분홍 치마를 두르고 그 화려한 아름다움을 뽐내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요 무릉도원(武陵桃源)입니다. 하지만 무릉도원에 복숭아나무가 없습니다. 복숭아나무를 심어야겠습니다. 물을 좋아하는 복숭아, 찔레, 해당화를 심어 도원길, 찔레길, 해당화길을 만들어야겠습니다. 거기다가 홍매, 청매, 옥매를 등을 심어 백매원을 만들면 금상첨화가 될 것입니다.

한 때 태화들 일부가 주거지역으로 바뀌면서 푸른 오산대숲과 평화로운 이 대공원이 사리질 번한 적이 있습니다. 아파트 빌딩이 이곳을 점령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찔합니다. 하지만 울산시민의 태화(太和)를 향한 위대한 꿈은 이를 막아냈습니다. 그 위대한 꿈은 앞으로도 영원할 것입니다.

울산제일일보/2016년 7월18일/기고문
< 조상제 울산 강북교육지원청 교수학습지원과장>